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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으로 활동했던 박주호 전 축구대표팀 선수가 홍명보 감독의 국가대표 감독 선임 과정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이의를 제기하고 나서면서 2014년 브라질올림픽 당시 박주호 위원과 홍명보 감독의 악연이 새삼스럽게 다시 소환되고 있다.
홍 감독은 2013년 부상을 이유로 박주호를 브라질월드컵 대표팀 최종 엔트리에서 제외시켰다가, 축구 팬들이 이에 대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서자 막판에 박주호를 다시 대표팀에 합류시키는 촌극을 벌인 바 있다.
이런 박주호가 10년이 지난 지금에는 오히려 반대로 국가대표팀 감독을 선발하는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 자격으로 홍명보의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서 10년 전과는 다른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박주호는 지난 8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홍 감독의 선임은 절차 안에서 이뤄진 게 아니다. 내부에서 활동한 실무자인데도 몰랐다"고 폭로했다.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은 대표팀의 새 사령탑을 맡을 인물을 찾는 것이 핵심 활동 목표로 꾸려진 조직이다. 박주호는 지난 2월 전력강화위원으로 뽑혀 약 5개월 동안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의 후임을 찾는 작업을 함께했다.
그동안 감독 선임을 위한 전력강화위원회 회의만 20여차례가 이뤄졌다.
이런 박주호가 홍명보 감독의 국가대표 선임과정에 대해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면, 국가대표 감독 선입과정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박주호의 문제 제기로 홍명보 감독의 국가대표 감독 선임도 흔들리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런 우려가 현실이 될 경우 2026년 북중미월드컵에 촛점이 맞춰진 국가대표 축구팀의 중단기 플랜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수 밖에 없을 전망이다.
박주호의 폭로가 앞으로 홍명보 감독의 대표팀 선임에 대해 어떤 파문을 불러오게 될지 귀취가 주목되고 있다.
사실 홍명보 감독과 박주호의 악연은 2014년 브라질월드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홍명보 국가대표팀 감독은 ‘2014 FIFA 브라질 월드컵 최종명단 발표식’에서 선수단 23명의 명단을 공개하면서 기존 월드컵 엔트리에 포함돼 있던 박주호 선수를 제외시켰다.
그러자 일부 축구 팬들이 홍명보 감독의 선수 선발 스타일을 두고 실력이 아니라 자신의 사람이라고 판단되는 선수만 뽑는 '의리축구'가 아니냐는 지적을 쏟아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독일 분데스리가 마인츠에서 뛰던 박주호는 국내에서 유상철의 계보를 잇는 당대 최고의멀티플레이어로 꼽히던 선수였다.
마인츠 시절 박주호의 은사였던 토마스 투헬도 "(박주호는) 전술적으로 왼쪽 측면 수비수뿐 아니라 전방 배치도 가능하며 중앙 미드필더로도 투입이 가능하다”라며 자신이 손수 발굴한 박주호의 멀티 능력에 대해 극찬하기도 했다.
박주호는 이를 증명하듯 2015~2016 분데스리가 2라운드 마인츠05와 묀헨 글라드바흐의 경기에서 92.1%의 패스 성공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홍명보 감독은 당시 이런 박주호를 대표팀 선발에서 제외시키고 스트라이커로서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한 박주영과 부상으로 런닝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던 기성용 등은 선발 엔트리에 포함시켰다.
그런데 문제는 브라질월드컵 대표팀 명당에 들었던 선수들 대부분이 과거 홍명보 감독이 청소년대표팀부터 런던올림픽까지 함께했던 소위 '홍명보의 아이들'이라는 점이었다. 23명의 최종엔트리 가운데 절반이 넘는 13명이 홍명보 감독이 이끈 런던올림픽 멤버였다.
특히 홍 감독이 스트라이커로서 큰 활약을 펼치지 못하고 있던 박주영의 기용을 고집했던 것은 같은 고대출신이기 때문이 아니겠냐는 비난이 적지 않았다.
당시 박주영은 원 소속팀인 아스날에서는 물론 임대됐던 2부 리그 왓포드에서마저 주전 경쟁에서 밀리면서 경기력 저하를 의심받던 시기였다.
그런데 홍 감독이 '소속팀에서의 활약'이라고 스스로 정해 놓은 대표팀 선수 선발 기준 원칙을 깨면서까지 박주영을 발탁하자 축구 팬들이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축구 팬들은 당시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던 박주호를 최종 엔트리에서 제외시킨 것에 대해 결국 자기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 아니겠느냐며 반발하고 나섰다.
홍 감독은 브라질월드컵을 앞두고 박주호의 대표팀 선발 제외 이유에 대해 "(박주호의 봉와직염) 수술 부위가 10% 가량 아물지 않았고 실밥도 풀지 못한 상태"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주호와 같은 봉와직염을 앓았던 박주영이 최종엔트리 발표 전부터 대표팀의 관리를 받아가며 특별훈련을 했던 것과 비교됐다.
축구 팬들이 반발이 심해지자 홍 감독은 엔트리에 이름이 올라와 있던 김진수를 발목 부상이라는 이유로 낙마시키고, 뒤늦게 박주호를 선발에 포함시켰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도 궁색함이 느껴졌다.
박주호와 김진수는 비슷한 시기, 비슷한 정도의 부상(김진수-발목 부상, 박주호-발가락 봉와직염)을 당했다. 그런데 박주호는 수술 부위가 10% 가량 아물지 않아 부상 회복이 어려울 것 같다는 이유로 당초 최종엔트리에서 제외하고, 김진수는 본선 개막 때까지 부상이 나을 것으로 보고 최종 엔트리에 포함시켰는데, 다시 김진수를 빼고 박주호를 집어 넣은 것은 어딜 봐도 부자연스러웠다.
한국 남자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을 둘러싼 잡음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기세다. 전 국가대표 축구 선수였던 이영표와 이천수까지 축구협회 비난 대열에 가세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여기에 축구협회가 지난 10일 차기 축구대표팀 감독을 결정하는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폭로한 박주호 축구 해설위원에 대해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홍명보 감독 선임을 둘러싼 잡음이 법적 공방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홍명보 감독과 박주호의 이런 인연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에 어떤 형태로 이어질지 귀취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