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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초·중·고 학생층과 직장인, 프리랜서, 자영업자들 사이에 '개근거지'라는 신조어가 확산되고 있다. 

     이 단어의 유래와 의미, 그리고 사용 사례, 교훈 등에 대해 알아보자. 


    1. 개근거지 뜻과 유래

     

    '개근거지'는 '개근'과 '거지'라는 두 낱말을 합친 합성어다. 여기서 '개근'은 사전적으로 학교나 직장 등에서 빠짐없이 계속 출석하거나 출근하는 것을 의미하고, '거지'는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태를 뜻한다. 

    즉, 이 두 단어를 합성한 '개근거지'는 꾸준히 일하거나 공부를 하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태나 부진한 학업 성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을 가르킨다. 

    개근거지라는 단어가 처음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2029년 말부터다. 당시 일부 맘카페(학부모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학교를 빠지지 않고 개근하는 학생은 교외 체험 학습으로 해외여행을 가지 못하는 형편이 어려운 아이'라는 의미로 개근거지라는 단어가 쓰이기 시작했다. 

    이렇게 시작된 개근거지라는 단어가 지금은 직장인이나 프리랜서·자영업자 커뮤니티에서도 널리 쓰이고 있다.  

    직장인 커뮤니티에서 개근거지는 매일 지각없이 출근해 열심해 일하지만 월급이 적어 생활비를 충당하기 벅찬 상황에 있는 직장인을 가르키는 단어로 쓰이고 있다.  정규직으로 성실하게 일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높은 집세, 생활비, 그리고 대출 상환 등으로 인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처지를 한탄해 자기 자신을 '개근거지'라고 부르며 비하하기도 한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매일 학교에 출석하고 학업에 열중하지만 경제적으로나 학업 성적으로나 여전히 어려운 환경에 놓인 학생들을 가리키는 말로도 사용된다.

     

    특히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개근거지’는 가정 형편이 어려워 교외 체험학습이나 해외여행 등은 가지 못하면서, 학교에는 빠짐없이 꼬박꼬박 출석한 아이들을 비하하는 말로 쓰이고 있다. 

    상대적으로 출퇴근이 자유로운 프리랜서와 자영업자들 사이에도 개근거지라는 말이 자조적으로 쓰인다. 매일 일거리를 찾아다니거나 꾸준히 가게 문을 열고 일하지만, 수입이 불안정하고 생활이 어려운 자신들의 처지를 빗대서 한탄할 때 '개근거지'라는 말을 쓴다. 

     

    2. 개근거지 의 사회적 의미


    과거 한국 사회에서 '개근'이라는 단어는 성실함의 증표로 쓰였다. 어떤 역경에도 꺽이지 않고 착실하게 자신의 본분을 지키며 책임을 다하는 성실함의 척도가 바로 개근이었다. 

     

    이런 성실함은 우리사회가 발전하는데 많은 동력을 제공했다. 특히 1960~70년대 출생한 산업화 세대들은 수업을 빠지면 큰일 나는 줄로 여기고 학교를 땡땡이치지 않고 열심히 다녔다. 육성회비를 내지 못해 담임 선생님이 학생을 쫓아내는 일이 더러 있어도 자발적으로 학교를 가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래서 성인이 돼 경제적 안정을 이룬 다음에도 학교 다닐 때 우등상은 못 받았어도 ‘개근상’은 받았다는 말을 자랑스럽게 하곤 했다.

    이런 성실함은 한국 사회가 농경 사회를 벗어나 산업 사회로 들어서는데도 일조했다는 데는 누구도 부정하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최근 한국 사회의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되면서 '개근'이라는 단어는 '성실하지만 무능하다'는 의미로 쓰일 때가 더 많아 지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개근이라는 단어에는 열심히 일하고 노력해도 저임금, 주거비 상승, 생활비 증가 등으로 인해 경제적 안정을 이루기 어려운 현실을 풍자하는 의미가 담기기 시작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매일 성실하게 출근해 열심히 일해도 형편이 나어지지 않는 암담한 현실을 비판적으로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개근거지가 부를 과시하는 경향성과 경쟁의식이 유달리 강한 한국 사회의 어두운 병폐가 낳은 신조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사실 한국 사회에서 '개근거지'와 같은 차별적인 용어가 쓰이기 시작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만 아니다. '임대 아파트'와 '거지'를 합한 '  거지'라는 표현은 1990년대부터 있었다. 

     

    한때 BCG 백신 흉터를 놓고 거지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즉, 주사형(피내용)은 무료이고 도장형(경피용)은 유료라는 점을 꼬집어 주사형 BCG 백신을 맞은 아이를 ‘공짜 백신 맞은 ○○’라고 놀림당했다는 이야기는 흔치 않게 전해지고 있다 

    3. 결론

     

    ‘개근거지’라는 신조어는 우리 사회의 어두운 측면을 보여주는 단편적 현상이지만 동시에 개선과 변화를 위한 계기가 될 수 있다.

     개근거지와 같은 신조어의 등장 배경과 의미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현재의 경제 불평등 상황을 인식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경우 더 좋은 사회를 이룰 수 있다. 

    이를 위해선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에 대한 공감과 배려, 연대가 전제되어야 한다. 또 서로를 존중하고 돕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어쨌든 '개근거지'는 경제적 불평등과 관련된 사회적 문제를 드러내며, 많은 사람들에게 현실을 직시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되새겨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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